장자가 말하는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無用之用)
혹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혹은 '이건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지?'와 같은 생각에 잠겨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늘 무언가에 '쓸모' 있기를, 효율적이기를 강요받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성적, 연봉, 직업처럼 정해진 잣대로 유용함을 평가받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불안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는 이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로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 즉 무용지용(無用之用)에 대한 지혜입니다.

쓸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1. 쓸모없어 베이지 않은 거대한 나무
장자의 이야기에 아주 거대한 나무가 한 그루 등장합니다. 그 나무는 너무 크고 줄기는 울퉁불퉁하며, 가지는 심하게 뒤틀려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목수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 나무로는 배를 만들 수도, 가구를 짤 수도 없으니 정말 쓸모없는 나무로군"이라고 말하며 아무도 베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목수의 기준에서는 그저땔감으로도 쓰기 힘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였던 것입니다.
2. 목재가 될 수 없었기에 쉼터가 되다
하지만 바로 그 '쓸모없음' 덕분에 나무는 도끼날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는 베이지 않고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남아 거대하게 성장했습니다. 마침내 수많은 사람과 동물이 그 그늘 아래 모여 더위를 피하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훌륭한 쉼터가 되었습니다. 목재로서의 쓸모는 없었지만, 모두를 위한 안식처라는 더 큰 쓸모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쓸모의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새로운 쓸모
1. 쓸모없다며 버려질 뻔한 조롱박
장자의 친구는 임금에게서 받은 씨앗으로 거대한 조롱박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조롱박이 너무 커서 물을 담는 바가지로 쓸 수도 없고, 쪼개서 표주박으로 쓰기에도 애매하다며 쓸모없다고 불평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장자는 왜 그 조롱박들을 엮어 큰 배를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못 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릇'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조롱박은 물 위를 떠다니는 '배'라는 새로운 쓸모를 얻게 된 것입니다.
2. 우리 주변의 '무용지용' 사례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당장 돈이 되지 않아 쓸모없어 보이는 취미 활동이 훗날 예상치 못한 영감을 주거나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무 생각 없이 종이에 낙서를 하는 행위는 창의력을 자극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버려진 폐공장이나 낡은 창고들이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갤러리로 재탄생하여,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비어 있음'의 쓸모
우리는 종종 무언가 꽉 차 있어야만 쓸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자는 '비어 있음(虛)'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컵이 쓸모 있는 이유는 그 안이 비어 있어 무언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이 쓸모 있는 이유도 그 공간이 비어 있어 우리가 활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쓸모없음'이나 '비어 있음'이 오히려 다른 모든 쓸모 있는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쓸모없음'이 주는 진짜 가치
1. 기준에서 벗어나는 자유
쓸모가 있다는 것은 어떤 목적이나 기준에 얽매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좋은 목재가 될 나무는 언젠가 베일 운명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나무는 그 어떤 목적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처럼 세상의 기준에 맞춰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쓸모없음은 우리를 억압하는 틀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가능성
오늘의 쓸모없음이 내일의 위대한 쓸모가 될 수 있습니다. 접착력이 너무 약해 실패작으로 취급받던 접착제가 오늘날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포스트잇이 된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처음에는 쓸모없어 보였던 이 '실패'는 기존의 강력한 접착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쓸모에만 집착한다면 우리는 이처럼 거대한 잠재력을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쓸모없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대지와 같습니다.
결론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쓸모없는 것도 나름의 쓰임이 있다는 교훈을 넘어, 세상을 보는 우리의 획일적인 가치 기준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쓸모와 쓸모없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관점에 따라 언제든 뒤바뀔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스스로가 쓸모없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세상의 좁은 기준에 맞지 않을 뿐, 아직 발견되지 않은 거대한 쓸모와 자유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당신의 ‘쓸모없음’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지혜, 그것이 장자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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